통일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반목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남북한의 주민들이 모두 자유와 민주주의, 복지와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셋째, 남북한의 통일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공동 번영에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는 오랜 세월 동안 단일한 국가와 민족이 존재해 왔습니다. 정치·경제·언어·문화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단일 민족은 하나의 정치단위로 그 역량을 결집하여 문화와 생활을 발전시켰으며, 주변 국가와 친선을 원칙으로 교류해 왔습니다.
그러나 1945년 광복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토가 분단되면서 민족적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남과 북은 동족 간의 참혹한 전쟁을 치렀고, 법적으로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남북 간에는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은 분단으로 인해 상호 격리된 채 대립과 갈등, 이산(離散)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통일이 된다면, 이러한 비극과 고통의 근원이 제거되어 온 민족이 더불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남북한이 분단된 상태로 존재하는 한, 상대편을 경계하고 유사시를 준비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비해 각기 인구와 경제 규모에서 약소국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주변의 강대국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따라서 남과 북은 통일을 이룩함으로써 소모적 대결에 사용하고 있는 국가 에너지를 국민의 복지와 번영을 위해, 또한 주변 강대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친선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사용하여야 합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 모두에게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전쟁이 없는 한반도에서 민족이 힘을 모아 국가 발전에 힘을 쏟는다면 평화와 번영의 선진 조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은 단순히 민족이 분단되기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하나됨을 통해 미래를 향해 발전하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나아가 남북한 사이에 영구적 평화와 안정, 궁극적으로 통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한반도는 외부 세력의 각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동북아 국가 간 대결이 존속하는 지역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은 동북아 불안정의 근원적 요소 중 하나를 제거하고 동북아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이 비록 지금은 둘로 갈라져서 살고 있지만,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