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바랄 이유가 수없이 많은 것처럼 통일을 두려워할 이유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통일이 가져올 ‘혼란’이 두려워 통일을 꺼리곤 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시기에 갑작스럽게 남북통일이 실현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다음은 독일 통일이후 구동독지역의 어린이가 자신이 겪은 통일에 대한 경험을 글로 옮긴 것의 일부입니다.
“1989년의 변화 이후에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다. 새로운 교과서로 배우게 되었으며 학교 급식은 두 배로 비싸졌다. 좋아진 것은 통학버스가 다닌다는 것이며, 나빠진 것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북한의 경우도 통일은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정치·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혼란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통일조국이 어떤 국호와 국기, 국가를 사용할 것인지, 김정숙군·김형직군 등 북한의 마을 이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행정기구 통폐합시 발생하는 잉여 공무원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럼 남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본으로 평화통일을 이루었을 경우 겪게 될 혼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정치·경제·사회 분야별로 살펴볼까요?
첫째, 통일 정부는 분단의 장기화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제도, 하나의 정부체제를 이루는 데 상당한 갈등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예컨대 교육 분야의 통합에도 오랜 시간과 진통이 예상됩니다. 동시에 남북한 청소년들은 새로운 교육제도, 새로운 교과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둘째,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적응하는데 혼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탈북자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세기 이상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라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길들여져 온 북한 주민들은 개인의 경제를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셋째, 남북한 주민들 간에 사회 통합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 간에 나타날 정치·경제적 분야에서의 갈등과 마찰은 필연적으로 남북한 주민들 사이의 마음과 마음의 통합을 이루는데 어려움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통일 이후의 어려움을 미리 예측해서 대비함으로써, 통일이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