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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는 197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이미 뚜렷한 침체상태에 돌입하였으며, 이러한 침체상태는 1980년대 후반에 발생한 대외부문의 교란요인으로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이른바 ‘러시아 쇼크’라고 말할 수 있는 대외경제관계의 혼란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시 러시아는 북한 총 대외거래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첫 번째 거래 파트너였을 뿐만 아니라 석유나 기계류와 같은 북한 경제의 기초적 투입물자 거의 전량을 제공하는 전략적 파트너였습니다.

그러나 1989년 러시아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로 북한의 대(對)러시아 거래는 1990년대 초반에 들어 과거의 거의 1/1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그 결과 북한 내부에서는 석유와 같은 경제의 가장 기초적인 투입물자의 소비량이 종래의 절반 이하로 급락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1990년 하루 5만 배럴을 상회하던 북한의 석유 소비량은 이후 연평균 13% 이상씩 감소하여 1996년에는 하루 2만 배럴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투입요소의 감소는 국내 산업의 위축을 불러왔으며, 이는 다시 국내 산업 부문에서 생산되는 투입물자의 감소를 불러와 전체 경제가 일시에 혼란에 빠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공업생산은 투입물자의 감소효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1994년을 기점으로 급락세를 보이는데, 이러한 공업생산의 위축으로 같은 해 북한의 비료생산량이 전 해에 비해 80%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결과 그 해의 곡물생산량 역시 10% 정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초래된 것입니다.

더욱이 북한 경제는 1994년 식량의 해외수입과 관련된 ‘중국 쇼크’에 직면하게 됩니다. 과거 북한은 식량의 자급자족을 경제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식량의 대외거래에서는 거의 균형을 이루는 성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식량 생산이 정체를 보이면서 이러한 자급자족 체제는 조금씩 붕괴되었고, 그 결과 1990년대 초반부터 연간 50~150만 톤의 곡물을 해외로부터 수입하게 됩니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당시 북한의 곡물 수입 가운데 거의 절대량을 중국산 옥수수가 차지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1994년 들어 중국 동북지방의 옥수수 생산량이 감소하고 북한과 중국의 정치적 갈등까지 겹치면서, 이 해 중국의 대북 옥수수 수출은 전년의 90만 톤 수준에서 20만 톤 수준으로 급락합니다. 그 결과 이 해 북한의 전체 곡물 수입량은 전년도의 140만 톤에서 40만 톤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국내 생산량의 감소에 ‘중국 쇼크’가 더해지면서 1994년부터는 두 가지의 특징적인 현상이 나타납니다. 하나는 1994년부터 북한의 식량위기가 본격화되어 배급제의 붕괴가 일상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배급제 붕괴로 식량을 구하는 인구이동이 시작되고, 그 결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노동력의 투입에 장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1994년을 기점으로 북한의 사망률이 종래의 인구 1000명당 5.5명에서 6.8명으로 급증하였으며, 함경남북도 등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식량난민들이 중국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줍니다. 이는 결국 북한 경제의 또 다른 기초적 투입물자라 할 수 있는 식량과 노동력이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격히 위축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종합해 보면 현재 북한 경제난의 원인은 크게 보아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나타난 대외부문의 충격으로 석유나 식량과 같은 북한 경제의 기본적 투입물자의 확보가 벽에 부딪쳤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북한의 산업생산이 붕괴하고, 이것이 다시 농업부문의 침체를 불러와 전체 경제가 일시에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경제난 자체가 심각한 식량난으로 연결되면서 북한의 노동력 관리체계 역시 붕괴했다는 점입니다. 정상적인 생산 활동에 투입되어야 할 노동력이 식량을 찾아 떠돌거나 개인 상업활동에 나서게 되면서 산업생산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초래하였습니다.

이처럼 북한 경제난의 원인을 이해하게 되면 그것의 해소 가능성 역시 쉽게 진단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대외관계가 호전되어 해외로부터 석유와 식량 같은 기초물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면, 이를 토대로 북한의 산업과 농업이 다시 가동될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회복된 산업과 농업을 근거로 생산활동에서 멀어진 북한 노동력을 다시금 생산활동에 되돌리려는 노력이 더해질 경우에는 산업과 농업의 회복 속도가 더욱 더 빨라질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2000년 이후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우리의 대북지원과 경협이 활성화되면서 북한 경제 역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북한 경제는 1980년대 후반 경제난이 본격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활력을 잃고 침체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침체의 원인은 1980년대 후반과 같은 대외관계의 악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따른 생산성 하락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생산성 하락은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 자체의 속성에서부터 유래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따라서 비록 앞으로 북한의 대외관계가 호전되어 경제가 일정한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만큼의 경제발전이 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원하는 본격적인 북한의 경제발전은 북한 경제 자체가 기존 계획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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