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초대석> 남북 어린이 '친구맺기' 추진 정경석씨
연합뉴스|기사입력 2008-02-10 09:01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우리 외할아버지는 고향이 함경남도야. 이 편지를 누가 받을지는 몰라도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더라. 혹시 네가 내 친척은 아닐까 하는...'
지난해 3월 열린 '제6회 남북 청소년교류 편지쓰기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경기도 시흥은행중학교 3학년 황정윤 양의 편지중 일부다.
남북청소년교류연맹이 주최한 당시 대회에는 전국에서 13만4천여명의 초.중.고교생이 참가해 '통일의 염원을 담아 북녘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주제로 친필 편지를 썼다.
그러나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 때문에 이들 편지는 아직 '부치지 못한 편지'로 남아있다.
올해로 6년째 편지쓰기 대회를 열고 있는 이 연맹 정경석(50) 총재는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남한 청소년들이 쓴 편지가 실제로 북한에 전달되도록 하고 싶다"며 "남북 어린이가 금강산 등지에서 직접 만나 1대1로 친구맺기를 하고 정기적으로 편지 교환, 상호 방문 등을 벌이도록 하는 방안을 북측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 총재는 6.15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7월 남북 청소년의 동질성 회복 등을 목표로 연맹을 설립하고 편지쓰기 대회를 비롯해 북녘땅과 함께하는 사진촬영 대회, 찾아가는 통일현장체험 기행문쓰기 대회 등 '참여형' 통일교육에 앞장서 왔다.
그는 "최근 평양을 방문, 양각도호텔에서 머물렀는데 호텔 내에 우편취급소가 마련돼 있었다"며 "국제호텔이라 그런지 외국에서 온 편지가 많았는데, 가장 가까운 남한에서는 오히려 편지를 못보낸다는 점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친구맺기' 행사의 추진 배경을 밝혔다.
정 총재는 "남한 청소년들이 통일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분단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은 자신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이전에 청소년들에게 북한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스로 통일에 대해 판단하도록 돕겠다는 것이 연맹의 활동 취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편지쓰기 대회를 처음 시작한 2000년에는 편지 내용 중에 '6.25 전쟁', '철조망'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월드컵', '주몽', '금강산' 등 남북의 공동 관심사항이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고 정 총재는 설명했다.
그는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편지에서 점점 '북한'이라는 표현은 줄고 대신 '북쪽'이나 '북녘'이라는 표현이 늘고 있다"며 "요즘 어린이들은 전후(戰後) 세대인 데다 또래집단을 중요시하고 구전(口傳) 효과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에 대한 거리감을 쉽게 좁힐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정 총재는 1978년 상경, 1981년부터 청소년단체인 한국BBS연맹에서 활동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통일교육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연맹 설립 초기에는 대북정책을 논의하거나 통일 논의를 벌이면서 청소년의 비중을 아주 적게 잡았지만 최근에는 통일교육이 강조되고 문화교류가 활성화하면서 어린이들도 당당히 남북 관계의 한 축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평양과 개성, 금강산을 30여차례 방문해온 정 총재는 "북측도 처음에는 남한의 젊은이들이 통일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다가 금강산 방문 등을 통해 접촉이 잦아지면서 청소년 교류의 필요성을 점점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금강산 방문 행사를 위해 어린이들과 함께 남북 출입국관리소(CIQ)를 지날 때마다 '북한은 외국보다 가까운데 왜 들어가기가 훨씬 더 복잡하냐'는 질문을 받는다는 그는 "남북 관계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일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 배워서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인 막내아들이 어렸을 때는 '통일을 뭣하러 하냐'고 불만이 많았는데, 금강산이나 개성을 몇번 다녀오더니 이제는 '북한에도 나랑 비슷한 애들이 있더라'고 말한다"며 "이런 데 답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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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바로 잡음>
0올해로 '6년'째 편지쓰기 대회를 열고 를 '7년'째로
0편지쓰기대회를 처음시작한 '2000년' 을 '2002년'으로
0전남 '여수'가 고향 을 '완도'로 정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