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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정책과 남북청소년 교류협력방안

 

정경석(남북청소년교류연맹 총재)

 

남북 분단현실 속 청소년의 역할은 무엇일까

현재 우리나라가 위치하고 있는 동북아지역의 국제질서는 구소련이 붕괴되고 미국이 국제체제에서의 패권국가의 위치를 확보한 상태라 할 수 있으나,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은 패권질서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이지역에서의 전략적인 측면의 기본전략은 미국과의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러시아를 상대한다는 선에서 그 방향이 설정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평화헌법 개정과 군사 재정비를 통한 보통국가(normal states)’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정세의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우리는 세계평화와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청소년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새삼스럽게 되새겨야 보아야 할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분단현실을 감안할 때, 학교통일교육과 민간 통일운동 지침 등을 객관화?명료화시켜 보급해야 할 것이라 보인다.

주지하디시피 남북한은 1953년 휴전 이후에도 서로 다른 정치이념과 체제의 틀속에서 첨예한 갈등과 대치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한 핏줄이면서도 지금까지 의식과 생활양식면에서 심각한 이질화현상을 배태해 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남북한은 지금의 이산가족 상봉(12014.2.20.~2.22, 22.23.~2.25)을 계기로 화해와 협력을 향한 새 역사의 문을 여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사안을 계기로 지금은 남북한 간의 이질성과 불신감, 적대감 및 불신의식을 과감히 청산하고, 상호이해와 신뢰의 터전을 구축하며 민족동질성의 회복과 남북공동 협력 및 교류의 장을 조속히 마련함으로써 평화통일의 조건을 착실히 확보해나가야 할 때라고 보인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독일통일에 비추어 본 남북한 청소년의 교류협력과정을 되돌아보고 그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은 나름대로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독일통일 이전 청소년교류 현황의 특성

필자는 지난 해 1123일부터 121일까지 국무총리실의 시민·사회단체 해외연수단대표회장으로 한동안 분단국가의 전형적 모델로 간주되었던 독일을 다녀왔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남북청소년교류연맹이라는 단체를 10수년째 책임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분단 당시 동서독이 어떠한 교류와 협력을 하였는가 하는 점에 관심을 두고 관련자들을 면담하였는가 하면, 관련자료를 수집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전세계적인 데탕트의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던 ‘7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서독 정부는 끈기있게 동독과의 시민·학생교류를 추진해 왔다. 물론 서로 다른 정치이념과 체제의 틀속에서 갈등과 반목을 보여왔던 동서독간의 교류, 협력은, 처음에는 동독의 냉담한 반응에 의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서독정부가 할슈타인원칙포기와 이에 기반한 이른바 동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자, 한동안 굳게 닫혀있던 동독의 문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였고 이로부터 10여년이 지난 1982년에는 서독학생 5,000명이 동독을, 동독학생 1,250명이 서독을 방문하는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들 동서독 학생들은 민박을 통해 서로가 같은 민족이라는 동포애를 피부로 느끼고, 또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1983년 한해 동안 동독을 방문한 서독학생이 무려 13천명에 이르게 되자, 당시 위기의식을 크게 느낀 동독정부에 의해 학생교류가 중단되는 파행을 겪기도 하였으나, 2년 후 이런 동서독 학생간의 교류는 재개되어 그들이 그토록 열망하던 통일을 달성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와 동시에 1988년까지는 50개 이상의 동·서독 도시들이 서로가 체결한 자매 관계망에 편입되어 서독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동독의 자매도시 주민들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변화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동서독간의 교류·협력과 촘촘한 시민사회의 연결망은 마치 인체의 구석구석에 피를 공급하는 모세혈관에 비유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평화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된 것이다.

한 자료에 의하면, 1949~1989년 동서독이 분단상태를 유지하였던 기간 동안 베를린장벽을 넘어 동독으로부터 탈출하려다 사살된 사람은 약 100명에 달하나, 이럼에도 불구하고 인적 교류는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다고 한다. 즉 분단이 심화되었던 1953~1988년까지 동독인들이 서독을 여행한 매년 평균인원은 1,000여 명으로 나타났고, 이 중 청소년 교류는 분단이후에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으나, 1974년부터는 확실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1982년에는 35개 단체에서 1,300명의 동독 청소년이 서독을 방문하였고, 같은 기간 서독에서는 청소년 22천여 명이 동독을 방문하였다. 이런 가운데 19865월 동서독 정부간에 체결된 문화협정청소년교류촉진 조항이 포함되었고, 19879월 에리히 호네커 당시 동독 서가장이 서독을 방문했을 때 양독간의 공동성명에서 청소년교류의 필요성이 거듭 강조되면서 1987년 한 해 동안만도 서독 청소년 77천여 명, 동독 청소년 3,800여명 그리고 1988년에는 서독의 청소년 78천여 명, 동독 청소년 5,000여명이 상호 평화적인 교환방문을 하였다.

이런 동서독간 청소년교류와 접촉의 특징은, 이것이 양독 민간의 청소년단체 주도로 이루어져 정치적인 색깔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 있다. 물론 분단기간 중 서독 청소년의 동독방문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 중 각급 도시간의 자매결연을 통한 청소년교류, ??고등학교, 대학간의 자매결연을 통한 학생 및 청소년교류 등 다양한 교류의 방식도 등장했다. 즉 양독간의 청소년 교류는 전반적으로 민간교류의 차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정부차원으로 추진되면서 보다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양독간에 이루어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류와 접촉은 일반 민간교류의 양태와 비교해 보면, 그 양과 질에서 훨씬 폐쇄적이었으며 또한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남북청소년 교류협력의 대안마련 절실

지난 1월초 박근혜대통령이 연두기자 회견에서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제기한 이래 지금 우리 사회에는 통일 이후에 대비한 각종 연구 및 논의가 봇물 터진 듯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이런 가운데 남북한간 상호이해와 신뢰의 회복이 무엇보다 급선무이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라는 관점에 많은 국민들은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의 남북관계에서 가장 먼저 활발하게 전개될 영역은 여러 분야의 교류활동 부문이 될 전망이고, 그 교류의 중심에 바로 남북청소년의 교류와 협력이 매우 중요한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동족끼리의 만남이라는 비정치적 차원의 순수성, 즉 인도주의적 차원에 입각하여 전개되어야 할 남북한간 교류와 협력은, ‘통일세대로 지칭되는 청소년 및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교류협력의 문을 열어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청소년층은 기성세대 보다 비교적 이데올로기나 정치 이전의 순수한 세대 그 자체이기 때문이며, 바로 이런 점에서 통일세대인 청소년 및 청년의 상호이해와 신뢰감 회복은 남북협력의 터전을 구축하는 데에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고, 이 터전을 바탕으로 민족의 재통합을 이룩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및 논의에 기초한다면 다음과 같은 남북한간 청소년 교류협력의 대안 및 활성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남북한 청소년교류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에 따른 단계별, 우선순위별 아젠다(Agenda)를 수립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청소년교류협력 방안들은 당장 실현가능한 과제가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또한 화해?협력단계부터 실질적 통합단계까지의 교류과제가 혼재되어 다소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부 도시의 계획성 없는 () 개발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남북한간 청소년교류의 목적을 다시금 확인하여 남북관계 발전에 따른 3단계 통일방안과 맥락을 같이 하는 단계별, 그리고 우선순위별 아젠다를 수립하는 가칭 남북 청소년교류 기본계획의 수립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둘째, 남북교류협력 관련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며, 특히 남북한간 청소년교류를 안정적,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요구된다. 즉 관련 법 시행령의 교류규제 조항들을 촉진조항으로 개정하는 것과 함께 법률 조문에 남북 청소년교류 활성화 운영규정(가칭)’과 같이 최소한의 조문만 배치하고 이와 관련된 세부내용은 최소한 고시, 또는 훈령만이라도 제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셋째, 남북한간 청소년교류협력과 관련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종합하고 관련단체간의 네트워크구축에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남북청소년교류단체협의회(가칭)’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현재 남북한간 청소년교류협력은 일부 청소년단체를 비롯한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단체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런 민간단체 모두가 남북 청소년교류협력 사업을 주목적 사업으로 하지 않으므로, 차제에 남북 청소년교류협력을 주목적 사업으로 설정한 민간단체의 설립을 유도하고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하여 설립한 통일교육협의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단체의 설립이 필요한 것이다.

넷째, 북한청소년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 확대를 통한 청소년교류협력 추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북한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단체는 월드비전, 한민족복지재단, 어린이어깨동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으로, 이들 단체는 북한지역의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사업은 주로 국수공장 및 빵공장, 영양식공장에 대한 물자 및 설비지원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인도적 지원사업과 청소년교류, 또는 청소년지도자 교류를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차제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 중의 하나는 북한측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면서 추진할 수 있는 청소년교류의 한 형태라고 판단되는데,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은 여타 청소년에 비하여 사회참여율이 높고, 긍정적이며 통일?북한관 역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고 하는 측면에서 연계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남북한간 방송교류의 확대를 통한 북한청소년의 가치관 및 일상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단순히 남한의 방송을 북한에 보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의 방송을 남한에 부분적으로 개방하여 상호간에 현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결과가 북한주민 및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급격히 전파된 사건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젼이 10부작으로 방영한 가정(금기시 되었던 불륜과 부부갈등 소재)’, ‘엄마를 깨우지 마라(여성과학자가 분유개발을 위해 가정 일에 소흘해지면서 나타나는 부부갈등 묘사)’ 등은 북한주민 및 청소년층의 일상과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주요한 기제가 되었음도 주목해야 한다. 즉 대중매체만큼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있게 될 남북방송교류시 청소년대상의 방송내용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비록 비청소년분야의 교류 또는, 그 파급효과가 점진적일지라도 북한청소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 남북 청소년교류의 목적에 부합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중국조선족과의 청소년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2000년과 2007년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주민들의 일상생활 변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중국 연변의 조선족일 것이다. 연변의 조선족사회는 전통적으로 친북 성향이었으나 정상회담을 계기로 친북 정서가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냉전 이후 조총련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연변의 조선족들은 대부분 남북정상회담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연변조선족의 의식변화는 북한주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북한청소년들의 서구문물 접촉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조선족 청소년과의 교류를 확대하여 남한의 문화, 가치관 등을 알리고, 이를 북한지역의 주민들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 구상을 가진 교류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남한 청소년들의 북한문화 수용실태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정상회담 이후 우리 청소년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일었던 이른바 김정일 신드롬’, 그리고 과거 부산아시안게임대구유니버시아드게임때 방문한 미녀응원단의 인기 등은 남북 청소년교류뿐만 아니라 통일교육을 이야기하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외에도 우리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북한문화 수용실태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남북한간 청소년교류협력, 통일교육, 탈북민 지원 등과 관련한 적실성 있는 방안 구현을 위한 기초자료 마련도 필요하다.

 

아래로부터의 통일

청소년 및 청년교류에 앞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실정과 북한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획득일 것이다. 지금까지 분단 이후 우리 청소년 및 청년들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분야로만 일방적으로 정보를 획득해 왔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많은 편견(偏見)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사회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북한교육과 통일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청소년 및 청년들이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우리 자신을 알아야 남북관계의 경쟁에서 협동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독일의 사례에서 추진되었던 경험에 비추어 남북 청소년교류 활성화 전략은 교류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국내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어떤 목표를 갖고 추진할 것인가라는 설정이 중요해 보인다. 관련 법?제도의 정비를 통한 제도화?규범화가 있어야 안정성과 지속성 있는 교류활동으로 가져갈 수 있고,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목표 설정이 명확해야 교류의 내용을 무엇으로 구성할 것인가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북정책이나 교류에 있어서 분명한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즉 우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바탕을 두어 민족화합과 민족통일이라는 대원칙 안에서 특성과 개성이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앞으로 나갈 길과 할 일들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 및 청년교류를 위한 단계적 접근과 상호방문 등 역시 비정치적인 분야에서도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질화된 남과 북의 동질성 회복과 그에 앞서 이중적인 북한관과 통일관을 가지고 있는 젊은 청소년 및 청년통일세대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을 대비한 시민교육과 통일교육은 지금부터 해도 늦은 감이 있기 때문에 통일세대가 겪게 될 충격과 혼란을 최소화할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민간교류의 차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정부차원으로 추진되면서 보다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동서독 청소년교류협력의 사례에 비추어 남북한 청소년의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아래로 부터의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화해와 협력이 축적될 것이기 때문에 평화적인 통일의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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