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는 직장일, 집안일 등으로 바쁘게 지내다가 모처럼 틈이 나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한가로운 시간’입니다. 현대인들은 보다 활기찬 재도약을 위해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 재충전의 기회로 여가를 활용하며 일반적으로 운동, 여행, 독서, 영화 감상, 가족·친지와의 만남과 대화 등 개인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여가 생활을 즐깁니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와 같은 ‘한가로운 시간’이 부족하며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만큼의 정신적·경제적인 여유도 많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의 기본 원리인 집단주의에 기초해, 북한 주민들은 일정한 규율의 조직생활로 거의 한평생을 보내야 하며, 직장에서의 하루 일과를 끝낸 후에도 집안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명목의 노력동원과 사상교양에 참여해야 하므로 바쁘게 시간을 보냅니다.
<낚시하는 북한 주민>
또한 북한 주민들은 지난 1990년대 이래 지속되고 있는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난으로 개인장사 등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가느라 더욱 바빠졌습니다. 따라서 어렵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운동이나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식량과 땔감을 구하러 다니는 일에 여가를 활용하는 편입니다. 특히 국내외 여행이나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친지와의 만남 등과 같은 여가활동은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행정절차 때문에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기차 외에는 지역 이동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거의 없는 것도 여행과 같은 여가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도 나름대로의 여가생활을 즐깁니다. 가장 보편적인 여가활동은 영화 관람입니다. 북한에는 문화시설이 낙후되어 있고 여가를 즐길만한 다양한 놀이문화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문영화관 외에 생산현장 내의 영화시설이나 시·군 문화회관 등에서도 영화를 쉽게 접하고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가장 즐긴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보편적인 여가활동은 텔레비전 시청입니다. 전기사정이 어려워 시간적인 제약을 받기는 하나 북한 주민들은 가구별로 또는 여러 세대가 한 곳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며 여가를 즐깁니다.
북한 주민들은 축구나 탁구, 배구, 농구 등의 운동을 하며 여가를 보내기도 합니다. 특히 배구는 직장에서 틈새 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하는 대표적인 운동입니다. 북한에도 볼링장과 골프장이 있지만 일부 외국인과 특정계층에게만 개방될 뿐 일반 주민들이 여가활동으로 즐길 수 있는 운동 종목은 아닙니다. 주패놀이, 윷놀이, 장기, 강변 낚시, 강에서의 수영 등도 보편적인 여가 활동입니다.
북한 주민의 여가생활은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와 다른 지방들 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는 대성산 유원지의 현대식 놀이시설, 창광원의 잘 꾸며진 수영장, 청춘거리(안골체육촌)의 수준급 체육시설, 전자오락실, 화면반주음악실(노래방), 당구장, 그리고 여러 가지 메뉴의 고급식당 등이 있어 평양시민들은 가족단위의 나들이를 하며 비교적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노동자, 사무원, 협동농장원 등은 해마다 14일 간의 정기휴가를 받습니다. 연간휴가는 근로자들에게 생활비(월급) 전액을 지불하면서 일정한 기간 지속적으로 휴식을 취하게 하는 유급 휴가제도입니다. 직장에서 연례적인 정기 휴가를 받으면 북한 주민들은 직장 동료들과 함께 가까운 해수욕장에 다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개는 하루 일정이기 때문에 휴가 여행이라기보다는 피서를 겸한 수련회의 성격이 짙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가족과 함께 하는 휴가여행은 보편적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