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회라고 해도 유행은 다 있고 유행에 가장 민감한 것은 청소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 청소년들 역시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답니다. 어떻게 보면 북한이라는 사회가 통제되고 경직된 곳이라서 유행이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특히 9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회적 통제가 약화된 틈을 타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그들의 멋을 표현하는 유행이 급속하게 번졌습니다.
북한에서 유행은 처음에는 평양에서 시작되어 청진, 신의주 같은 대도시를 거쳐 지방의 소도시, 농촌 순으로 퍼집니다. 어떤 경우에는 청진이나 신의주처럼 중국과의 접촉이 비교적 용이한 도시를 중심으로 유행이 시작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소년들과 관련된 유행은 주로 옷이나 신발, 머리모양 등에 관한 것입니다.
북한 청소년들의 최근 유행을 보면 우선 사지바지(* 우리나라의 쫄바지와 비슷합니다.)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사지바지는 교복보다 천이 훨씬 좋고, 모양도 위는 넓고 아래는 좁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지의 유행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 바지는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거의 모든 청소년이 입고 다니는 필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신의주 백창 이라는 운동화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그 외에도 밑바닥이 파란 중국운동화와 “장군님 잠바” 라고 불리는 잠바도 북한청소년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 옷은 김정일이 자주 입는 잠바형식을 모방하여 제작한 잠바였는데, 먼저 성인들 사이에서 유행되다가 나중에는 청소년들도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북한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한 머리모양은 우리나라의 스포츠머리와 비슷한 형태에 옆에 각을 주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이 머리모양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이었는데, 짧게만 깎던 청소년들에게는 더없이 멋있어 보이는 모양이었습니다.
여자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꽃 모양 등을 한 머리 묶는 고무줄이나 시계 등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북한의 학교들은 여학생들에게 짧은 머리를 강요했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학생들의 반발로 어느 정도까지는 허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